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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seong/thailand

[Thailand 8] Phi Phi Island 2 - 지금을 산다

 

[Thailand 8] Phi Phi Island - 2

- 지금을 산다

 

 

피피 아일랜드에서 둘째날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결코 어젯밤은 밝지 않았다...;;

누가 태국은 너무 더워 모기가 없다고 했던가?

목재식 건물에 가장 구석  입구 쪽 습진 자리의

침대를 고른 내자리만 유독 그랬던 것인지.

아님 그 많은 이방인 중에 유독

나의 피가 맛이 낫던것인지 ?

 

어찌됐던 어제는 한차례 아니 수차례

태국의 모기 덕분에 고생을 하며,

새벽에 편의점의로 달려가 호랑이연고를

사서 온몸에 덕지 덕지 바르고도 깊이 

잠들기가 힘든 모기지옥에 시달렸었다..

 

 

얼마나 많은 천장이 바뀌어야

집으로 돌아갈까?

매일 바뀌는 이 천장에 적응하는일도

낮선곳에서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는 이 기분도

이제는 설레이는 일.

 

 

뭘 꼬나보냥?

 

 

지금은

Thailand . Phi Phi Island

 

 

오늘은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놀고 싶기도 하고,

아름다운섬 피피 아일랜드를 온몸으로

느껴보고 싶어,

섬 하루 투어를 즐기기로 했다.

 

스노클링 투어라 불리는 이투어는,

롱테일보트라 불리는 작은 나무배에

처음보는 10명의 이방인들이 함께 아침부터

배를 타고 나와 섬 주변의 또 다른 아름다운 섬들

이곳 저곳을 돌며 스노쿨링도 함께 하고

점심도 함께 먹고 놀다가 해가지기 전에

돌아 오는거다.

재밋겟다 흐하하~

 

자~ 그럼 출발!!!

 

 

첫번째 섬

밤부 아일랜드 도착.

 

기절할듯 아름다운 바다앞에서

처음으로 내가 느낀건.

지나친...

허기.;;

 

 

잠시 쉬었다 가실래요 ?

 

 

마치 사막속에서 피어난 꽃처럼 아름답다.

 

이 꽃을 찍기위해 모래위에

요염하게 누운 나의 뒷자태도

분명 아름다웠으리라...

 

 

 

 

 

가슴은 머리가  보지 못하는것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

-

찰스 퍼커스트

 

 

 

Monkey Beach

이섬의 주인은 이녀석들이다.

 

 

 

동물의 세계에도 외로운 녀석이 있고,

 

 

그리고 친구도 있구나 .

 

 

정신잃은 놈처럼 다이빙 하고 수영하고

스노클링하며 봤던 아름다운 바닷속

그리고 그 바닷속에 아름다운 주인들을

찍지 못한것이 아쉽다.

 

방수팩.. 방수팩.. 방수팩..ㅜ

 

하지만 항상 이렇게 생각한다.

정작 중요한건 순간 순간을 

내 마음으로 느끼고

내 마음에 담는다는 것.

 

 

Maya Bay

최종목적지 도착.

 

 

 

 

기대에서 현실을 뺀 만큼만 만족하는것.

그래서 기대하지 않는 것.

그래서 만족하는 것.

그래서 딱 있는 그대로만

온몸으로 그순간을 느끼는것.

 

 

문득.

고향 생각이 났다..

너무나 그리워 가슴이 저미었다...

 

 

 

닭발에 소주가

너무 그리워 ㅠㅠ

 

 

썰물?

밀물?

그냥 물빠짐...;;

 

 

아. 이번엔 괴불인가?

 

 

가만히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배들은 다들 떠나고 있는데

우리 배 선장 아쩌시가 돌아 오질 않는다.

어디에 퍼질러 자고 있는듯 하다.

모두들 배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나를 바라본다.

"뭐!? 같은 동양인이라고

 나도 배를 몰수 있는게 아냐!"

아저씨 빨리오세요.

나 또 배고파요..

 

 

다른 배가 다 떠나고

바다가 태양을 거의 다 삼켜갈때

아저씨가 돌아왔다.

 

 

아저씨는

멋진 석양을 보여 주고 싶어 이제 돌아 온거라

능청을 떤다.

그래도 아저씨가 밉지 않다.

왠지 그말이 거짓말 같지 않다.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잠든

그대의 모습은..

 

그리 아름답지 않소,

 

 

아저씨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바다가 태양을 집어 삼키는

아름다운 모습을

가장 아름다운 석양을

바다위에서 바라 보고 있다.

 

 

멋지게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뒤에

먹는 밥의 맛은 정말 최고다.

뭐 원래도 최고지만~

 

밥먹고 가볍게 산책을 하며

낮보다 서늘해진 섬 곳곳을 돌았다.

오늘도 서늘해진 밤공기에 어울릴 맥주 하나를

사러 가게에 들어가려는데

건너편. 식당에 낮익은 외국인이

헤벌쭉 웃으며 친구들과 밥을 먹고있다.

 

"실바!!"

 

푸켓 백팩커스에서 단 몇 일 만난 친구지만

왠지 오래 알고 있던 친구를

만난 것 처럼 정말 반가웠다.

 

난 이미 밥을 먹었고,

실바는 다른 친구들과 밥을 먹고있는중이라

30분뒤에 이 장소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난 30분간 거리를 걸은 뒤,

다시 그자리에서 실바를 만났다.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고,

지금 친구들은 피피섬에와서 머무르는

숙소에서 만난 친구들이란다.

 

그러면서 서로를 소개하고 우리는

곧 친구가 됐다.

여행이란 마법사가 내려주는 친구들이다.

평생 다른 나라 , 다른 언어로 살아온

전혀 다른 사람이지만,

만나지 5분도 채 안돼 친구가 되버리는

여행이 주는 그런 마법.

 

식사가 끝나고 다같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동한 곳은..

 

 

라이브 킥복싱 -

일명 래게 빠로 불리는 곳인데

파이트 클럽이라고 할까? 손님들이

지원을 해서 킥복싱을 선보이고

다른 손님들은 그걸 보며 술자리를 즐기는 것이다.

그리고 승자든 패자든 지원자에게는

적당한 보수인지 모르지만,

Bucket. 1L정도 들어갈 양동이에

맛있는 칵테일을 담아 준단다.

 

첨에는 그냥 재미로 재미로 보았다.

실바랑 피피 아일랜드 얘기하며,

이런 저런 얘기하며, 그냥 구경하다

술만 조금 마실 줄 알았는데.

나도 몰랐다.

실바의 "박~ 너도 한번 해봐" 하는 말에

내가 "한번 해볼까"라고 대답 할 줄은.

...

 

 

외국에 나가 보면 간혹 동양인이라 서양인에게

무시당한다기보다, 조금 내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나도 그런 느낌을 간혹 받기도 했다.

우리가 아래라기 보다 자기들이 항상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서양인들이 가끔 있다고 할까?

 

여기 술집 안에 모인 녀석들이 어떨진 모른다.

하지만 백명이 넘게 모인자리에 현지인을 제외하곤

거의 서양인 밖에 없는 환경도 그랬고,

그들만 여행지에서 즐기는 것 같은 기분도

괜시리 날 자극했다.

때마침 지원자가 없어 안내판을 든 현지인이

나에게 자꾸 해보라고 권유한게

내 결심의 마침표가 되었지만.

 

링위에 올라서는건 뉴질랜드에서 킥복싱을

할때 이후로 처음이다. 근 4년만일까?

꽤 많이 떨리는 기분이다.

 

결국  링위에 올라선 난

또 다른 지원자가 필요했다.

즉 나의 상대가 필요했다.

난  일부러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바보같이 베시시 웃으며 약하다는

제스쳐를 취했지만  동양인 특유의 신비감이

있어서인지 선뜻 누군가 도전하지 않았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후, 한 무리의 사람들 중에

떠밀려 누군가 나오려 하고 있다.

남미 쪽 사람 처럼 보인다.

다행히 그렇게 쎄 보이진 않는다..

휴..

그렇게 매치는 성사가 됐고

30초씩 3라운드로만 짜여진 게임은

링위에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됐다.

 

간혹,

남자의 무용담은 판타지를 넘어서

공상과학영화 수준을 넘어 서는 경우가 있어서,

3라운드간의 게임 내용은 생략 하겠다.

 

하여간 3라운드가 끝났을때

심판에 의해 들어올려진 팔은

나의 팔이였고,

잠시였지만,

시작할때

나를 향해 비웃고 야유를 보내던

실바를 뺀 모든 서양인들이

게임종료 후 나에게 보내 준

박수만은 한치의 과장도 없었다.

 

그렇게

게임이 끝나고

긴장이 풀렸다기보다

왠지 모르게 뭔가 속이 뻥 뜷린 듯

시원했고,

보상(?)으로 받은

칵테일은 게임 하며 흘렸던 땀 대신 몸 속

으로 들어와 나를 기분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실바랑 새벽 3시까지 해변의 모든 클럽이

문을 닫을때까지,

내안의 숨겨진 댄싱본능을 찾아내며

미친듯이 흔들어 댄건

내가 나에게 준 보상이었다.

 

숙소로 돌아 왔을땐 정말

온몸의 모든 힘이 다빠져나가

오늘밤 모기에게 헌혈을 하더라도

모르고 기절할듯 잘것만 같다

 

몸도 마음도 다 후련하다.

남은 힘으로 일기장에 짧게 글을 남긴다.

 

- 조금만 더 지금에 집중하면

지금을 훨씬 더 즐길 수 있다고.

그러니 지금을 이 순간을 살자고..

                           <2012.11.14.>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견디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위하여 오늘을 즐기며 사는 것이다.

-

다카하시 유우무 <Love&Free>中

 

 

-세모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