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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iland 7] Phi Phi Island - 잠시 머무르는 것

 

 

[Thailand 7] Phi Phi Island

- 잠시 머무르는 것

 

 

 

어젯밤도 혼자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같은방 사람들과 맥주를 한잔 했다.

많이는 마시지 않았지만,

같이 어울려 마시는 기분에 취해

덜컥 다음날의 일정을 정해버렸다..;

 

지금까지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봐왔지만

난 유독 프랑스사람들이 정이 가고 편했다.

그러면 안되는거 아는데 이상하게 일본사람은 싫고,

다른 서양인들은 뭔가 친하다가도

가끔은 차가운 느낌이 들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도 그랬다.

이 프랑스 녀석은 그런 서양인에게서 느껴지는

거리감이 들지않았다.

 

그렇게 어제 "실바"라는 프랑스 친구와

덜컥 다음날 일정을 정해버렸다.

일주일간 혼자한 여행에 누군가 함께 하는 여행이

그리웠던 참인데,

실바가 다음날 피피 아일랜드로 간다는 것이다.

어차피 가려고 했던 차에 같이 가면 좋겠다 싶어서

당장  숙소에서 피피 아일랜드로 가는 배편을

예약해버리고 만거다.

 

무계획의 여행은 정말 이게 매력이다.

그때 그때 맘가는데로 할수있으니까.

짜여진 코스대로 가야만 하는 관광과는 다르게 말이다.

 

어쨋든 그렇게 나의 오늘의 계획이 술한잔 취기에

짜여진 진것이다.

 

근데 이게 왠일 ,

간만에 누군가 함께 동행을 하며 여행을 하는구나

했는데 실바와 피피아일랜드로 통하는

항구로가는 차가 틀린것이다.

일단 차를 타고 항구까지 가서 거기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일정인데, 시작부터 다른 차를 타버리니,

이제는 그냥 안녕인것이다.

휴대폰도 없고, 연락할길도 없고,

그렇다고 섬에 도착해서 기다리라고 할정도로

친한사이도 아니고,

잠깐 친구가 생긴것 같아 즐거웠는데,

이번 여행은 쭉 혼자할 인연인가보다 하고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뭐 이제 혼자라고 덜컥 외로워지고 슬퍼지는

감정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이겨낼수 있으니까,

전혀 힘들진 않다..

 

 

Goodbye Phuket.

 

그렇게 난 다시 홀로 가방을 메고

피피 아일랜드로 향하는 배에 올라탔다.

 

[환상의 섬 피피 아일랜드]

한때 세상에서 가장 섬이라고 불렸던곳,

영화 '비치'의 촬영지로도 유명한 그곳,

 

이미 배에 발을 올리기도전에

내 심장은 설레임에 의한 두근거림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지금 이 두근거림이 내가 여행을 하고 있구나

하고 증명해주는것만 같다.

 

피피 아일랜드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왔다.

어제 실바의 얘기로는 아마 숙소에 빈자리도

없을것이라고 했다.

지금이 성수기이도 하고 피피 아일랜드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라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숙소 구하기는 정말 힘들것이라고.

 

그래도 난 상관없다.

숙소없으면 길바닥이라도 자면 되니까

미리 예약하고 딱딱 맞춰진대로 여행하는건

딱 질색이다.

 

근데 막상 여기 오니 쫌 당황스럽긴하다.

정말 너무 너무 관광객들이 많고,

섬은 그들로 인해 발디디기도 힘들정도 랄까?

 

꿈에 그렸던 환상의 섬은

나만의 환상의 섬이 아니였던것이다...

 

 

푸켓에 있는동안 짐풀고 배낭없이

가볍게 오토바이도 타며 편하게 여행했던 터라

간만에 메는 배낭에 수직으로 내려쬐는 햇빛이

너무 뜨겁게만 느껴졌다.

이 더운 날씨에

정해진 숙소도 없고 발로 뛰며 숙소를 찾아야하니

힘이 쭉 빠지는것만 같았지만

이게 내가 원하는 여행이고,

결국 잘될꺼라는 생각에 발걸음에 힘을 실었다.

그렇게 마음먹고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지

얼마되지 않아 말도 안되는 가격의 숙소가 보였다.

 

이곳 숙소는 기본이 500바트가 넘는 가격이라

다시 섬을 나갈수도 없고 쫌 고민이 됐는데

눈앞에 떡하니 200바트짜리 숙소가 보이는거다.

숙소는 200바트짜리에 걸맞게 삐걱삐걱

목조로 된 집에 언제 무너질지 모를것 같지만,

이미 방콕에서의 첫날에 최악을 체험했던터라

별로 나빠보이지도 않는다.

 

망설임없이 방을 잡고 , 짐을 풀고

이곳 피피섬의 골목 탐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지나친 관광 붐과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현지인들의 삶과 관광객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섬안 이곳 저곳은 아직도 공사중이고,

때론 폐허가 되버린곳들도 볼수 있었다.

 

 

그림을 파는 가게에서 본 유화(?)

그림을 보는 순간 문득 고향 생각이 났다.

내고향이 시골은 아니지만,

어릴적 자주  갔던 할머니집 같기도 하고,

왠지 모르게 저렇게 따뜻해 보이는 풍경이

그 느낌이 그립기도 하고..

 

 

섬 자체는 그리 크지 않은데

그안에 사는 현지인들과

그보다 많은 관광객들은 받아들이기 위해

산 속까지 집을 지어논듯 하다.

 

 

느낌이 꼭 그거 같았다.

그거 있잖아,

그거 말하고 싶은데, 생각은 나는데

기억이 안나는 그거..

바로 그거.

하여간 그런게 있다고 치자......;;;

 

 

섬안에 작은 사원이 있었다.

그곳에 얘들만에 비밀의 공간이 있었다.

풀잎사이로 피어오르는 연기는 결코

고구마 구어먹으려고

불을 지펴나는 연기는 아니다.

아마도 구름과자라 불리는것.

 

 

자꾸 보세요. 정듭니다.

 

 

잘먹겠습니다.

 

 

순수하다고 할지, 오히려 때묻었다고 할지

흑과백 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유쾌한 녀석들이다.

 

 

반가워 얘들아~

 

 

상처나고 긁힌 흉터도 있지만

꽃은 꽃 그자체로도 너무나 아름답다.

 

 

넌 거기서 뭐하니?

너도 구름과자 먹니?

 

 

어떤곳이 아름다운지 보고싶을땐

그곳에서 가장높은곳에 올라 그곳 전체를

내려다보면,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수 있다.

 

동네를 돌아다니느라 조금 늦은감도 있지만,

산으로 올라가는길이 보여 망설임 없이

산으로 오르는길을 택했다.

서두르면 왠지 멋진 석양을 볼수 있을것만 같았다.

 

중턱을 지나자 시간이 점점 빨리 가는것만 같아

나도 그 속도에 맞춰 발걸음을 빨리 해야만 했다.

 

 

다행이 늦지 않았다.

 

난 정말 일출보다 일몰이 더 좋다

일출이 뜨겁다고 하면, 일몰은 따뜻한거 같아서,

가끔은 왠지 더 슬퍼 보이기도 하지만,

 

 

기분좋게 석양을 보고 내려와

식사를 하러 이집 저집 둘러보는데

어느집이 맛집 인지 알아 볼수는 없지만,

 

이가게는 손님은 없지만 가족끼리 모여

어울려 놀고 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이집으로들어왔다.

혼자 밥먹으며, 가족의 기운까지

덩달아 느낄수 있다면 밥은 더 맛있어지니까.

 

 

Red curry + chicken

내가 이런 말 하면 별 의미 없지만

정말 정말 맛있다~

그리고 음식은 말로 표현하지않는다는 주의지만

표현하자면 부스러질정도로 가벼운 밥알에

카레와 고추의 맵싹함에 닭고기의 쫄깃함

그리고 계란의 부드러움까지 함께~

 

정말 직접 먹어봐야 알수있다!!

 

 

한대 하실레예~~

 

 

캬~ 맛 쥑이줍니다이~

 

정말 재밋는건 이렇게 담배를 피는 꼬맹이가

아니라 이걸 지켜보는 가족들이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얘를 후드려패고 한바탕

난리가 났을 상황인데,

이사람들은 재밋다고

꺼억꺼억 넘어가며 웃고있다.

사실 담배도 삼촌이 조카한테

직접 불붙여 준거니 상황이 더 재밋기만 하다.

무지한것인지,자유로운건지,

자유로움이 도를 넘어 해탈을 한것인지.

 

어쨋든 , 난 이 넘치는 자유로움이 너무나 좋다. 

 

 

이제부터는 싱하보다 창을 마시기로 했다.

왠지 그래야 할것만 같아서.

큰 가격차이는 아니지만,

하루에 얼마씩 써야하고, 몇일을 보내야 하니까

얼마를 들고 가야지 하고 미리 계산하고

온 여행이 아니니까,

내 느낌이 가는대로 돈도 써야하는거다.

 

낮에는 정말 타버릴정도로 더웠지만,

저녁에 샤워를 하고 선착장까지 나와

가끔식 부는 서늘바람을 느끼며

맥주를 마시니 천국이 따로 없다.

 

하지만 항상 느낀다.

500ml 짜리 맥주는 너무 작아.

가끔은 만화에나 나오는 나무로 된 

술통에 빨대를 꼽고 맘껏 먹고 싶어.

아주 가끔은 말이다..

 

 

2012.11.13.

잠시 머무르는 것,

기다려 주는 것,

그것은 시간을 버리는게 아니라,

또 다른 시간을 얻는것이기도 하다.

삶을 즐길 더 유익한 시간을.

-

권미경 <아랫목>中